
동부에는 아주 유명한 전설이 있다.
먼 옛날, 아주 먼 옛날에, 주먹 한 번으로 산을 무너뜨리는 자가 있었다고.
그가 지나가는 자리에는, 잿더미, 산을 쌓을 만큼 많은 구의 시체, 그리고 강을 이룰 정도로 많은 양의 핏물이 있었다고.
… 그렇지만 그것은 이미 지나간 전설일 뿐이다. 페르세우스 대공가의 초대 대공이 그를 제압하여 봉인했고, 그 후로 몇 백년 간 동부는 태평성대를 이루었다.
러셀 미카엘 폰 페르세우스(Russell Michael von Perseus).
남성. 페르세우스 가의 대공, 그러니까 현 동부대공이다. 나이는 올해로 스물셋이 된다.
귀족의 혈통답게 희고 고운 피부와, 불에 그을린 듯이 새까만 머리카락, 심해를 담을 수 있을 듯한 깊고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이다. 그간 이 땅에 존속했던 페르세우스 대공들과는 다르게 러셀은 무예보다는 문예을 좋아해서, 우락부락한 근육질이 아니라 적당히 다부진 체격에 가깝다. 물론 선조의 유전자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니기에 신장은 185cm로 큰 편이다.
제법 오랜 시간 동안 병상에 누워 있다가 최근에 와서야 겨우 회복한터라 몸이 허약해질 만도 한데, 유전자의 덕인지 기적이 일어난 것인지는 몰라도 놀랍도록 건강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. 오히려 병상에 몸져눕기 전보다 더욱 팔팔한 것 같기도 하고.
너그러우면서도 강단있는 성격으로 정평이 나 있다. 가주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아버지의 사망으로 갑자기 보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, 인품과 준수한 리더십으로 영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인물이다. 진중한 분위기도 충분히 잡을 줄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유쾌한 분위기를 좋아한다. 농담 따먹기를 좋아하고, 일반적인 귀족의 어투보다는 얼핏 재담가 같아 보이는 말투를 구사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여실히 알 수 있다.
병상에서 일어난 후로는 일신의 카리스마가 늘었다는 말이 많으나, 다만 이전보다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는 빈도는 줄은 듯하다. 본인이 병상에서 일어난 것을 ’루시엔의 기적‘ 이라고 꾸준히 설파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그 말이 진짜든 아니든 무언가 심경의 변화는 있었던 모양이다. 원래 싸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 전선에 나서진 않았는데, 요새는 직접 참전은 안 하더라도 곧잘 나서기도 하는 걸 보면.